‘국보’는 대한민국이 공식 지정한 최고의 유형문화재로, 역사적, 예술적, 학술적 가치가 뛰어난 문화유산입니다. 국보 1호부터 10호까지는 특히 그 상징성과 상위등급에 있어 한국 문화유산의 대표적 기준점으로 여겨집니다. 이번 글에서는 2025년 문화재청 최신 고시 기준에 따라 정확히 반영된 국보 1호부터 10호까지를 소개하며, 각각의 유물이 가진 문화적 의미와 예술성을 함께 살펴봅니다.
국보 1~3호 (숭례문, 원각사지 10층석탑, 진흥왕 순수비)
숭례문 (국보 제1호)
서울의 중심부에 위치한 숭례문은 1396년 조선 태조 때 건립된 한양 도성의 남쪽 정문입니다. 보통 ‘남대문’으로 불리며, 목조건축과 석축을 결합한 형태가 특징입니다. 2008년 방화로 소실되었다가 2013년 복원되었으며, 한국 건축사 및 복원기술 연구에 중요한 전환점이 된 사건이기도 합니다. 숭례문은 도시, 방어, 건축, 예술의 요소가 결합된 역사적 구조물입니다.
원각사지 10층석탑 (국보 제2호)
서울 종로 탑골공원 내에 위치한 이 석탑은 조선 세조 때 건립된 조선시대 유일의 고층 석탑입니다. 정교한 화강암 조각과 균형 잡힌 10층 구조가 특징이며, 불교사상과 조선 초기 건축기술의 결합을 보여주는 대표 유물입니다. 장식이 적고 직선적인 조형미를 강조하여, 조선의 유교적 미학과 불교 조형의 절충점이라 평가됩니다.
북한산 신라 진흥왕 순수비 (국보 제3호)
이 비석은 신라 진흥왕이 한강 유역을 정복하고 이를 기념하여 555년에 세운 것으로, 서울 은평구 북한산국립공원에 위치합니다. 비문에는 왕의 업적과 당대 관리들의 이름, 순수 경로가 기록되어 있어 신라의 정치, 군사, 언어 문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사료입니다. 현존하는 순수비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평가됩니다.
국보 4~7호 (고달사지 승탑, 쌍사자석등, 금동보살, 무구정광)
여주 고달사지 승탑 (국보 제4호)
경기도 여주 고달사지에 위치한 이 승탑은 고려 초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고승의 사리를 봉안한 구조물입니다. 팔각원당형 구조를 기반으로 절제된 장식과 균형 잡힌 비례를 갖추고 있어 고려 석조미술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원래 사찰의 중심 구조물 중 하나였으며, 탑신과 옥개석, 기단의 조화가 뛰어난 작품입니다.
법주사 쌍사자석등 (국보 제5호)
충북 보은 속리산 법주사에 있는 쌍사자석등은 두 마리 사자가 몸을 일으켜 등을 떠받치는 구조입니다. 통일신라 후기 조각 예술의 상징으로, 사자의 근육 표현과 역동성, 불교 상징성까지 정밀하게 담겨 있습니다. 불교에서 빛은 깨달음을 의미하는 만큼, 등불을 지탱하는 조형물은 그 자체로 깊은 철학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금동보살반가사유상 (국보 제6호)
삼국시대 후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불상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반가 사유 자세로 유명합니다. 무릎 위로 다리를 올리고 뺨에 손을 얹은 사유 자세는 깊은 명상과 자비의 상징으로 불교 조각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온화한 표정과 섬세한 장식 표현이 조화를 이루며, 한국 고대 조각미의 최고봉으로 평가받습니다.
무구정광대다라니경 (국보 제7호)
불국사 석가탑 해체 수리 중 발견된 이 경전은 8세기 통일신라 시기의 작품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얇은 닥종이에 정밀하게 인쇄된 경문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으며, 당대 인쇄 기술과 불교 신앙이 결합된 유산입니다. 현재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보존 중입니다.
국보 8~10호 (성덕대왕신종, 진전사지탑비, 적성비)
성덕대왕신종 (국보 제8호)
‘에밀레종’으로 잘 알려진 이 거대한 청동 범종은 경덕왕이 부왕 성덕왕을 기리기 위해 제작한 것입니다. 총 높이 3.75m, 무게 약 18.9톤으로, 동양 최대 규모의 종으로 꼽힙니다. 종의 표면에는 용뉴, 당좌, 범자문 등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으며, 소리의 울림과 지속성이 탁월해 음향공학적으로도 주목받는 작품입니다.
진전사지 삼층석탑비 (국보 제9호)
이 비는 경남 창원시 진전사지에 위치해 있으며, 통일신라 후기 불교 사찰의 중심부에 세워진 탑비입니다. 비문에는 당대 고승과 사찰 운영, 교리 등이 기록되어 있어 불교사와 지역사 연구에 핵심적인 자료로 평가됩니다. 석재 조각과 비신 조화의 완성도도 매우 높습니다.
단양 신라 적성비 (국보 제10호)
충북 단양군에 위치한 이 비석은 6세기 중엽 신라 진흥왕이 한강 상류 지역까지 영토를 확장한 후 세운 것으로, 당시 지방 통치 체계와 군사 활동을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사료입니다. 고대 한반도 비문 중 실용적 정치 목적을 가장 분명히 담은 예로 평가받으며, 신라어 및 이두 연구에서도 중요한 자료로 꼽힙니다.
[결론]
2025년 기준 국보 1호부터 10호까지는 단순한 유물이 아니라, 한국사의 결정판이자 문화적 정체성의 표상입니다. 건축, 불교 조각, 비문, 인쇄문화 등 다양한 유형의 유산들이 시대를 초월해 우리에게 말 걸고 있습니다. 이 유산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보존하려는 노력은 단순한 과거 지키기가 아닌, 미래를 위한 준비입니다. 오늘 우리가 이 국보들을 기억하고 소중히 여기는 태도가 곧 대한민국 문화의 힘입니다.